현대무용단-탐, 46년 멈추지 않은 춤의 기록

 한국 현대무용의 역사를 써 내려온 현대무용단-탐이 오는 9월 10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제46회 정기공연의 막을 올린다. 이번 무대에서 탐은 마승연 대표가 안무를 맡은 신작 '플러스 아니면 마이너스(Plus or Minus)'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1980년 이화여대 무용과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되어 창단한 이후, 탐은 매년 정기공연을 통해 중견 안무가들의 깊이 있는 시선과 신진들의 패기 넘치는 실험을 조화롭게 선보이며 국내 무용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번 신작은 우리 삶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얻음과 잃음, 그리고 채움과 비움의 과정을 '플러스'와 '마이너스'라는 이분법적 잣대로만 재단할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된다. 안무가 마승연은 존재의 가치를 단순한 수치나 부호로 환산하려는 현대 사회의 관습에 의문을 던진다. 무대 위 무용수들은 시시각각 자리를 옮기고 인원 구성을 달리하며, 신체에 가해지는 힘의 강도를 더하거나 덜어내는 움직임을 통해 삶의 유동적인 흐름을 형상화한다.

 


작품의 상징적 오브제로 등장하는 의자는 비워졌다가 다시 채워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인간관계와 소유의 덧없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변화의 양을 억지로 측정하려는 낯선 음성과 이에 대항하는 '측정 불가'라는 선언적 메시지가 더해져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무언가를 얻었다고 해서 삶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며, 소중한 것을 잃었다고 해서 존재 자체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라는 안무가의 철학이 몸의 언어를 통해 객석으로 전달된다.

 

안무를 맡은 마승연 대표는 창작과 단체 운영을 병행하며 'Maybe', '낙원', '사소한 것에 반응하다' 등 다수의 수작을 발표해 온 실력파 안무가다. 그녀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흐름에는 부호가 없고 존재에는 정해진 값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이지 않는 저울 위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가늠하며 불안해하는 현대인들에게, 흘러가는 찰나의 순간에 잠시 이름을 붙여보는 행위 자체가 지닌 의미를 춤으로 풀어내고자 노력했다.

 


이번 공연은 탄탄한 제작진의 협업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조은미 예술감독을 필필두로 조명 이승호, 공간 구성 최상지, 영상 임정은, 의상 김윤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감각적인 무대 미학을 선보인다. 약 65분간 펼쳐지는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단순한 계산법을 넘어선 인간 생명력의 본질을 탐구한다. 6세 이상이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온 가족이 함께 순수예술의 정수를 만끽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4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쉼 없이 무대를 지켜온 현대무용단-탐의 행보는 그 자체로 한국 무용계의 소중한 자산이다. 독일 글로벌 댄스 페스티벌과 멕시코 세르반티노 페스티벌 등 해외 유수의 무대에서 인정받은 이들의 저력이 이번 신작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상의 득실에 매몰되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잊고 사는 이들에게, 탐의 이번 정기공연은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고 존재의 본질을 마주하는 귀중한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