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안경 쓰자 암흑이 빛으로…'실명 정복' 시대 마침내 열리나

 머리카락보다 얇은 전자칩을 눈에 이식해 완전히 시력을 잃었던 환자들이 다시 글자를 읽게 되는 시대가 열렸다. 이른바 '전자 눈 임플란트'로 불리는 이 혁신적인 기술은 노인성 황반변성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이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 의대 연구팀이 주도하고 국제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단순히 시력을 보조하는 차원을 넘어 손상된 시각 기능을 인공적인 장치로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다시 세상을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가로세로 2mm, 두께 30㎛에 불과한 초소형 광전 마이크로칩 '프리마(PRIMA) 디바이스'에 있다. 연구팀은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 38명의 망막 아래에 이 칩을 이식했다. 칩 내부에 탑재된 378개의 광전 셀은 마치 작은 태양전지 패널처럼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을 해, 별도의 배터리 없이도 구동이 가능하다. 환자가 특수 안경을 착용하면, 안경에 달린 카메라가 주변 세상을 촬영해 휴대용 컴퓨터로 전송한다. 컴퓨터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이 영상을 칩이 인식할 수 있는 근적외선 빛 형태로 변환해 쏴주고, 칩은 이 빛을 다시 전기 신호로 바꿔 뇌의 시각피질로 보낸다. 이 복잡하지만 정교한 과정을 통해 환자는 마침내 '눈이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임상 시험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참여한 38명의 환자 중 27명이 유의미한 시력 개선을 경험했으며, 글자를 인식하고 표준 시력표에서 평균 5줄 이상을 더 읽어내는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일부 환자들은 식료품 포장지의 작은 글씨나 지하철 표지판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을 회복했다. 영국의 한 환자는 "수술 전에는 눈앞에 두 개의 검은 원이 떠다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수술 후에는 글자와 숫자를 다시 읽을 수 있게 됐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는 전자 눈 임플란트가 실명한 눈으로 다시 세상의 정보를 습득하게 해준 세계 최초의 사례이자, 중심 시력을 실질적으로 되찾은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현재 기술로는 전자칩이 빛의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고 밝기만을 감지하기 때문에 세상이 흑백으로만 보이며, 해상도가 낮아 전반적으로 시야가 흐릿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사람의 얼굴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일부 환자에게서 안압 상승이나 망막 찢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새로운 방식으로 '보는 법'을 익히기 위해 수개월간의 재활 훈련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암흑 속에 갇혔던 수많은 중증 황반변성 환자들에게 다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제시하며, '실명 정복'이라는 인류의 오랜 꿈을 향한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