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돌에 새겨진 두 개의 역사... '영천 청제비' 국보 결정

 경상북도 영천시는 도남동에 위치한 '영천 청제비'가 국가유산청의 심의를 거쳐 국가 지정 문화유산인 국보로 공식 지정되었다고 6월 20일 발표했다. 이로써 영천시는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유한 도시로서의 위상을 한층 높이게 되었다.

 

영천 청제비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청 못'이라 불리는 저수지 인근에 세워진 비석으로, 신라시대 벼농사와 수리시설에 관한 중요한 기록을 담고 있다. 이 비석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돌에 앞면과 뒷면을 활용하여 두 개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앞면에는 청제 건립에 관한 내용이, 뒷면에는 약 260여 년 후 이루어진 수리 공사에 관한 내용이 새겨져 있다.

 

비석의 앞면에 새겨진 청제 건립비에는 신라 법흥왕 23년인 536년 2월 8일 '○탁곡' 지역에 대규모 제방을 준공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에는 공사의 규모와 동원된 인원 등 당시 토목 공사의 세부 사항이 상세히 담겨 있어 신라시대 토목 기술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비석 뒷면의 청제 수리비에는 원성왕 14년인 798년 4월 13일에 제방 수리 공사를 완료했다는 내용과 함께 공사의 경과, 책임자, 기간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는 신라시대 수리시설의 유지·관리 체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청제비에 기록된 수리시설인 '청 못'이 15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관개시설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신라시대 토목 기술의 우수성과 실용성을 증명하는 생생한 증거라 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영천 청제비가 국보로 지정된 이유에 대해 "청제 축조의 배경과 규모, 동원 인원, 수리 건수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신라의 토목 기술과 재해 대응 체계를 명확히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또한 "문화유산이 지녀야 할 보편적 가치를 충분히 구비하고 있어 국보로 지정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영천 청제비는 글자의 대부분을 판독할 수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여 학술적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번 국보 지정을 계기로 영천시는 청제비의 보존과 활용에 더욱 힘쓸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