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김밥 한 입에 수출 두 배 폭증... 한국 드라마 속 '이것'에 세계가 열광한다

서양 드라마에서도 음식 장면은 등장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상징성을 가지거나 중심 배경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무역협회는 "한국 드라마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음식을 먹는 장면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며 이를 K-푸드 열풍의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했다.
왜 한국 드라마에서는 먹는 장면이 이렇게 중요할까? 한국인에게 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식구'라는 단어가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라는 뜻인 것처럼, 밥은 가족, 공동체, 일상, 감정, 사회적 관계의 중심에 있다. "밥 먹었어?"라는 안부 인사, "밥맛이 없다"는 부정적 감정 표현, "밥그릇 싸움"이라는 경쟁의 은유까지, 한국인의 언어와 사고에는 "밥"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
한식의 식사 형태 역시 이런 문화를 반영한다. 밥과 국, 다양한 반찬을 한 상에 차려 모두가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공동체적 문화는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보여준다. 드라마 속에서도 밥상은 사건의 기폭제이자 갈등과 화해를 이끄는 장치로 자주 활용된다.
이런 문화적 맥락 없이는 한국인의 '밥'에 대한 정서를 이해하기 어렵다. 외국인에게 "밥 먹었어?"라고 물으면, 대부분 '나에게 냄새가 나나?' 혹은 '밥을 사주려는 건가?' 정도로 받아들인다. 문화적 배경 없이 직역하면 의미가 왜곡되기 쉽다.

한식도 마찬가지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한식은 외국인들에게 호감을 얻기 어려웠다. 김은 검은 종이처럼 보였고, 김치나 된장은 강한 냄새로 거부감을 샀다. 밥과 반찬이 한꺼번에 나오는 상차림 역시 코스 요리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했다. 당시 식품업계에서는 "한식은 남북통일이 되어야만 시장 규모가 커진다"고 할 만큼 수출 전망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한류 콘텐츠의 인기로 상황은 급변했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은 낯설지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한 번쯤 따라 해보고 싶은 대상이 됐다. 드라마에 등장한 음식점을 방문하고, 좋아하는 배우가 즐기는 음식을 맛보며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이들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불닭볶음면, 김치, 라면뿐 아니라 김밥, 치맥, 삼겹살까지 다양한 한식이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한류의 인기는 한식의 판매량과 수출 증가로 직결된다. K-푸드 수출은 최근 10년간 두 배 이상 성장했고, 2024년에는 13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제는 반도체가 아닌 '면도체'(라면 등 면류 식품)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식품 산업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식진흥원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한식은 치킨(16.5%), 라면(11.6%), 김치(9.8%), 비빔밥(8.9%), 불고기(6.1%) 순이다. 흥미로운 점은 1, 2위를 차지한 치킨과 라면이 각각 미국 남부의 흑인 문화와 일본에서 기원했지만, 한국만의 창의적인 조리법과 차별화된 소비문화로 K-푸드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양념치킨, 불닭볶음면처럼 단순한 외래 음식이 아닌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세계적인 음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K-드라마와 K-푸드의 결합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밥을 매개로 한 한국인의 정서와 삶의 방식이 콘텐츠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적 현상이다. '밥'이라는 작은 그릇 안에 담긴 이야기가 세계로 퍼져 나가 이제는 한국 산업의 또 다른 '밥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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