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가 버린 김혜성, 트리플A 가자마자 '간판 모델' 등극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LA 다저스의 개막 로스터 진입을 노렸던 김혜성이 2년 연속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다저스 구단은 시범경기에서 4할이 넘는 맹타를 휘두르며 무력시위를 벌인 김혜성을 산하 트리플A 팀인 오클라호마시티 코멧츠로 내려보내는 옵션을 행사했다. 이로써 김혜성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마이너리그에서 자신의 기량을 증명해야 하는 고단한 여정에 오르게 됐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김혜성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차원이 달랐다. 스윙 교정의 숙제를 안고 타율 2할 초반대에 머물렀던 작년과 달리,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0.407라는 경이로운 타율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현지 매체들도 김혜성의 타격감에 찬사를 보냈으나, 다저스 수뇌부의 최종 선택은 김혜성이 아닌 경쟁자 알렉스 프리랜드였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번 결정이 캠프 기간 중 가장 내리기 힘든 판단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에게 매일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보장하고, 2루수뿐만 아니라 유격수와 중견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게 함으로써 유틸리티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남을 경우 벤치 멤버로 머물 가능성이 크기에,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해 마이너리그행을 택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실제 개막전 라인업을 살펴보면 다저스의 기용 방식은 철저히 경험 위주의 보수적인 성향을 띄었다. 우완 투수를 상대함에도 불구하고 좌타자인 프리랜드 대신 베테랑 우타자 미겔 로하스를 선발 2루수로 기용했다. 이는 신예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보다 검증된 자원을 우선시하는 다저스의 로스터 운영 방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김혜성에게는 마이너리그를 평정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비록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지만 김혜성은 이미 오클라호마시티 코멧츠의 실질적인 '에이스' 대접을 받고 있다. 구단 공식 SNS는 시즌 개막 로스터 공지 포스팅의 메인 모델로 김혜성을 내세웠으며, 개막전 이벤트 안내 영상에서도 그를 간판 선수로 활용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리플A 무대에서는 이미 검증이 끝난 선수라는 현지의 평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제 김혜성의 시선은 28일 오전 9시 5분(한국시간)에 열리는 앨버커키 아이소톱스와의 트리플A 개막전으로 향한다. 특히 이날 상대 선발로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했던 콜 어빈이 예고되어 있어 흥미로운 맞대결이 성사됐다. 김혜성이 마이너리그 개막전부터 시범경기의 뜨거웠던 타격감을 이어가며 다저스 수뇌부의 결정이 틀렸음을 증명해낼 수 있을지 전 세계 야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