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판 문제, 버젓이 학교 시험에…'사교육 카르텔' 교사들의 두 얼굴

 사교육 업체와 결탁해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팔아넘긴 교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가 감사원 적발 이후 8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교원 142명에 대해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 2월 감사원이 발표한 '사교육 카르텔' 실태 점검의 후속 조치다. 당시 감사원은 교원 249명이 지난 6년간 사교육 업체로부터 무려 212억 원에 달하는 돈을 받고 문항을 제공했으며, 1인당 평균 8500만 원의 부당 수익을 챙겼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교육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현직 교사들이 사교육 시장과 은밀한 거래를 통해 자신들의 배를 불려온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난 것이다.

 

이들의 비위는 단순히 문항을 판매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을 넘어섰다. 일부 교사들은 사교육 업체에 판매한 문항을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내신 시험에 그대로 출제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이는 학생 평가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또한, 혼자서 암암리에 움직인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팀을 꾸려 문항을 만들고 대가를 나누는 등 기업형 범죄의 양상마저 띠었다. 이러한 행위는 영리업무 및 겸직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금품수수를 금지한 청탁금지법, 교원의 과외교습을 제한한 학원법 등을 정면으로 위반한 명백한 불법 행위로, 교육 현장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감사원이 적발한 모든 교원이 징계 대상에 오른 것은 아니다. 당초 서울 지역에서 적발된 인원은 162명이었으나, 징계시효가 만료되었거나 이미 퇴직했다는 이유로 20명이 제외되면서 징계 요구 대상은 142명으로 줄었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책임을 피한 이들이 발생한 셈이다. 징계 절차 또한 더디기만 하다. 공립교원 54명은 교육청이 직접 징계위원회를 열지만, 88명에 달하는 사립교원은 해당 학교법인이 60일 이내에 자체적으로 징계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방식이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현재까지 징계가 완료된 교원은 단 8명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로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징계 수위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징계 요구 대상 142명 중 무려 87%에 해당하는 124명이 감봉이나 견책 등 경징계 요구를 받았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챙긴 범죄 행위에 대한 대가로는 터무니없이 가벼운 처벌이다. 사립교원 88명 중 해임 요구를 받은 이는 단 1명뿐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청탁금지법 위반자에 대한 별도의 수사기관 고발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 건의 등을 약속했지만, 이처럼 가벼운 징계가 과연 일벌백계의 효과를 거두고 무너진 교육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