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은 돌아왔지만 지갑은 닫았다…면세점, 27%나 줄어든 씀씀이에 '긴장'

 '큰손' 유커가 돌아온다. 정부가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무비자 입국을 29일부터 전격 시행하면서, 유통업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내년 6월 말까지 이어지는 이번 조치로 약 100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추가로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는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손님맞이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중국 SNS에서 서울 여행 경험을 향수병에 빗댄 '서울병'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상황이라 기대감은 더욱 크다. 면세점 업계의 움직임이 가장 발 빠르다. 

 

신라면세점은 대형 크루즈 단체객을 유치해 인기 화장품을 최대 60%까지 할인해주고, 신세계면세점은 연말까지 14만 명의 단체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위챗페이 캐시백 같은 맞춤형 혜택을 내걸었다. 롯데백화점은 K-패션 매장에서, GS25와 CU 같은 편의점들은 알리페이 할인 프로모션으로 유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올리브영은 통역 직원을 전진 배치했고, 일부 식당 자영업자들은 중국 SNS '샤오홍슈'를 통한 홍보에 나서는 등 대한민국 전체가 유커를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미묘한 기류도 감지된다. 업계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정작 유커의 소비 패턴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면세점=유커 쇼핑 필수 코스'라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최근 중국 관광객들은 명품이 가득한 면세점 대신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와 같은 의외의 장소로 몰려들고 있다. 이른바 '올·다·무'가 새로운 쇼핑 성지로 떠오른 것이다. 이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6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면세점 구매액은 약 84만 8천 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27%나 급감했다. 

 

'큰손'은 돌아왔지만, 그들의 지갑이 예전처럼 면세점에서 활짝 열릴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따라서 이번 무비자 입국 조치의 효과가 유통업계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기보다는, 특정 업종에만 국한된 '반쪽짜리 특수'에 그칠 수 있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유커의 귀환이 과연 국내 내수 시장에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져올지는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